공지사항



마음가짐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 김지수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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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조선비스에 연재된 인터뷰 시리즈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중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평균 연령 72세 16인의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집이다. 저자는 패션지 보그 에디터를 거쳐 현재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 문화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배우 윤여정, 이순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시인 이성복, 세계적인 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등 저명한 16인의 진짜 어른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전달하고 있다. 중간중간 훅 들어오고 진부하지 않은 질문들로 재미도 곁들였다. 그들을 이야기를 끌어내는 저자의 질문들이 정말 탁월했고 공감가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주어 감동을 더했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이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다. 23년째 기자로 활동해왔다고 하는데 그 시간 또한 글로써 나타났다. 책에서 인터뷰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선생은 주변에 가까이하는 운 좋은 사람이 있습니까? A) 자동차 용품 판매업체 옐로햇의 창업주 가기야마 히데사부로씨예요. 그는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살 때 부러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을 산다고 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쌓여 슈퍼마켓이 손해를 보면 결국 서비스가 나빠지고 소비자들도 손해를 볼 테니, 기왕이면 나부터 먼저 해결해 주자는 생각에서지요.

50년간 1만명의 의뢰인의 삶을 분석해 행운과 불운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일본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는 나의 운과 타인의 운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각박해진 요즘 사회에서 잊지 말아야할 가치들을 짚어줬다. 누구나 슈퍼마켓을 가지만 누구나 지닌 생각은 분명 아니다. 나만해도 서점에가면 사람 손이 덜탄 최대한 아래쪽 책을 꺼내는 것 처럼..


“먼저 살아낸 어른들의 삶에는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철학이 있다.” 남이 내 비위를 맞춰 주지 않으니 내가 먼저 자기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는 건달론을 이야기한 92세 최고령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의 말이다. 변화무쌍한 패션계에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녀의 삶을 통해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다듬게 되었다. 노라노의 능력도 체력도 모두 소진하지말고 언제나 10%는 비축 해놓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3년 넘게 조직의 구성원들과 울고 웃으며 보낸 소통의 비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라며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 동물행동학자 최재천교수다. “리더들도 여왕개미처럼 국가의 철학과 질서만 세우고 일은 완벽하게 군중에게 위임해야 해요. 두뇌 하나가 절대 두뇌 열개를 당할 수 없어요. 그래서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해야 한다는 거에요”


배우 이순재는 과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연기로 유명하다. 그의 절제된 감정연기는 단순한 대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배우가 슬픈 장면에 다 울고 기쁜 장면에 다 웃으면 관객이 민망해져.” 화면을 보고있는 누군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관철한다. 1분 1초의 찰라에도 이때는 눈물을 이때는 콧물을 떄로는 호탕한 웃음을 조절하는 것 절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정받는 배우라고 말한다.


 줄그으며, 접어가며 읽은 페이지들로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이 한껏 두터워졌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어른들의 말이라면 한숨나오고 답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을 읽었어도 지금과 같은 느낌이었을까..? 책속 어른들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강한 힘을 가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아하게 자신들만의 철학이 있다. 그들은 그 철학으로 몸이 힘든 나이에 가장 높은 자리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현재 진행중이다. 나는 큰 일에는 대체로 무덤덤한 편인데 자잘한 일에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으며 에너지를 쏟는다. 마치 오늘안에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 처럼 전전긍긍한다. 이 책의 모든 사람들 또한 지금와서 인생을 되돌아 보았을 때 크고 작은 굴곡들이 있다. 책 속 노은 화가가 말한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 강상중 정치학자가 말한다.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마세요.” 이 번 책은 그냥 조금씩 불안해하는 내 감정들 상황들에 위안을 주었다. 내가 방향을 잃고 목적을 잃고 불안에 떨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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